🤖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 AI와 넓힌 분석을 곧바로 리포트로 옮기면 독자에게 어떤 일이 생기는가
- 분석 결과에서 전달할 결론을 정하고, 그 결론에 필요한 근거를 고르는 과정
- 1,000까지 넓힌 분석을 50으로 줄여 다섯 덩어리로 나누고, 상세 내용은 부록으로 보내는 법
- 전달할 결론과 독자를 정한 뒤 AI와 리포트를 재구성하는 프롬프트와 체크리스트
1. 지난 글에서 남은 질문
지난 글에서 AI로 쓴 리포트를 AI로 읽게 되는 장면을 이야기했다. 작성자는 AI로 인코딩하고, 독자는 AI로 디코딩한다.
그때는 넓힌 것을 버리지 않는 게 문제라고 썼는데, 그럼 무엇을 기준으로 버려야 할까?
AI와 분석하다 보면 혼자서는 떠올리지 못했을 관점을 살펴보고, 버려질 가설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나도 매일 그렇게 일한다.
그런데 분석을 마쳤다고 전달할 내용까지 정리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 중 동료가 무엇을 알아야 할지 정해야 필요한 근거와 곁가지를 나눌 수 있다. 이 단계 없이 바로 “리포트로 정리해줘”라고 하면, 대화의 흐름이 글의 구조로 남기 쉽다.
이 글에서는 분석과 리포트 사이에 필요한 정리 과정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2. 먼저, 탐색과 설명은 다른 일이다
『Storytelling with Data』에서는 분석을 두 가지로 나눈다.
- 탐색적 분석: 데이터를 이리저리 쪼개보며 무엇이 있는지 찾는 과정. 나를 위한 분석이다.
- 설명적 분석: 찾아낸 것 중 전달할 가치가 있는 것을 골라 보여주는 과정. 독자를 위한 분석이다.
그리고 이런 비유를 든다. 진주 두 개를 찾으려고 굴 백 개를 열어볼 수는 있다. 하지만 독자에게는 굴 백 개가 아니라 진주 두 개만 보여줘야 한다.
AI와 함께라면 더 많은 굴을 열어볼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을 찾았고 어떤 진주를 보여줄지 정하지 않은 채 “이걸 리포트로 정리해줘”라고 하면, 열어본 굴까지 따라오기 쉽다. 고르는 데도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왜 그 진주를 골랐는지는 내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3. 대화형 리포트는 왜 읽기 어려운가
AI와 분석하다 보면 대화는 보통 이렇게 흘러간다.
"이 지표 좀 봐줘"
↓
"지역별로 쪼개줘"
↓
"그럼 OD(자체 배달) 가게만 따로"
↓
"아니다, 신규 입점 가게랑 비교해줘"
↓
"이걸 리포트로 정리해줘"
이 흐름을 보면 분석과 작성 사이에 한 단계가 빠져 있다. 대화 중 결론을 얻었더라도, 독자에게 어떤 순서로 설명할지는 따로 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 과정 없이 대화를 옮기면 읽는 사람은 세 군데에서 막히기 쉽다.
- 대화에 없던 사람은 따라가기 어렵다. "왜 갑자기 OD 가게가 나오지?", "신규 입점 가게와 비교한 이유는?" 같은 의문이 계속 생긴다.
- 핵심과 곁가지를 구분하기 어렵다. 결론에 필요한 근거와 확인만 하고 넘어간 내용이 나란히 놓인다.
- 그래서 무엇을 알게 됐는지 직접 찾아야 한다. 독자가 탐색 과정을 따라가며 결론과 근거를 다시 연결하게 된다.
4. 10 → 1,000 → 50 → 10 × 5
4.1. 무엇을 전달할지 정해야 줄일 수 있다
독자가 한 번에 소화할 정보의 양을 편의상 10이라고 해보자. AI와 분석을 넓히다 보면 그 양은 100이 되고, 과하면 1,000을 넘는다.
막상 줄이려 하면 무엇을 뺄지 막막해진다. 그래서 나는 독자에게 전할 결론을 정하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 결론을 설명할 근거를 고르면, 본문에 남길 내용도 좁혀진다.
확장 (분석)
AI와 함께 질문과 가설을 탐색한다. 100이든 1,000이든 괜찮다.
↓
판단 (전달할 결론)
분석 결과 무엇을 알게 됐고, 독자가 무엇을 알아야 할지 정한다.
↓
선별 (수렴)
결론을 설명할 핵심 근거를 남겨 50 정도로 줄인다.
곁가지와 상세 분석은 부록으로 보내고, 중요한 한계는 짧게 덧붙인다.
↓
구조화 (리포트)
남은 50을 10 단위 × 5장으로 나눈다. 한 장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담는다.
4.2.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묶는 기준이다
물론 10과 50이 실제 정보 개수나 적정 페이지 수는 아니다. 분석을 줄이고 읽을 만한 크기로 나누는 과정을 숫자로 표현해본 것이다.
각 덩어리는 하나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묶는다. 서울 OD 가게의 주문 감소가 핵심이라면, 감소 규모와 전체 하락에 대한 기여도를 먼저 보여준다. 다른 지역을 살펴본 상세 내역은 부록에 둘 수 있다.
5. 그럼 탐색 과정은 다 버려야 할까
본문에서 뺀다고 아예 지울 필요는 없다. 어떤 가설을 확인했고 왜 기각했는지 남겨두면, 나중에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이런 기록은 부록에 두면 된다.
- 본문: 결론과 핵심 근거, 해석에 필요한 한계는 짧게 덧붙이기
- 부록: 탐색 과정, 기각한 가설, 상세 분석과 쿼리
결론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내용은 본문에서 읽고, 더 확인하고 싶은 사람은 부록으로 넘어가면 된다.
이렇게 추린 내용을 본문에 옮길 때는 어디까지 확인했는지도 밝혀두면 좋겠다. 주문이 줄었다는 것과 왜 줄었는지를 아는 건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앱 업데이트의 영향을 살펴봤다면 다음처럼 나눌 수 있다(아래는 가상 예시다).
| 수준 | 의미 | 예시 |
| 관찰 | 데이터에서 확인된 사실 | 서울 OD 가게 주문이 전주 대비 감소 |
| 가설 | 그럴듯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설명 | 앱 업데이트의 영향일 수 있음 |
| 검증됨 | 적절한 설계로 인과 효과를 확인 | 무작위 배정 A/B 테스트에서 업데이트의 주문 감소 효과를 확인 |
6. 오늘부터 할 수 있는 것
6.1. AI에게 맡기기 전에 무엇을 전할지 적어본다
AI에게 초안을 맡기기 전에, 누구에게 무엇을 전달할지 적어보면 좋겠다. 아래는 분석 결과와 기여도를 검토한 뒤 리포트를 요청하는 가상 예시다.
Before
지금까지 대화한 내용을 리포트로 정리해줘
After
[독자]
다음 조사 대상을 정해야 하는 서비스 기획자
[분석에서 얻은 결론]
서울 OD 가게 주문 감소가 이번
Net.GMV(실결제 거래액) 하락의 대부분을 설명한다.
[작성 요청]
- 검토한 분석에서 핵심 근거를 최대 3개 골라줘.
- 결론을 먼저 쓰고, 근거를 연결해서 설명해줘.
- 곁가지와 상세 분석은 부록으로 보내줘.
- 해석에 필요한 한계는 본문에 짧게 덧붙여줘.
- 관찰 / 가설 / 검증됨은 실제 확인한 수준으로 구분해줘.
- 근거가 부족하면 알려줘.
이렇게 무엇을 전할지 정한 뒤 초안을 맡기는 편이 다른 사람도 읽을 수 있는 멋진 리포트가 되는 첫 걸음이다.
결론 후보를 비교하고 근거를 고르는 데도 AI를 쓸 수 있지만, 왜 그것들을 남겼는지는 내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6.2. 리포트 뼈대
대화가 어떻게 흘러갔든, 리포트는 이런 틀로 다시 정리해볼 수 있다.
[분석 리포트]
- 독자와 목적: 누가 읽고, 어떤 판단에 쓸 것인가
- 한 줄 결론: 분석 결과 독자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 핵심 근거: 결론을 설명하는 몇 가지. 한 장, 한 메시지
- 확신의 수준과 한계: 관찰 / 가설 / 검증됨, 해석 시 주의할 점
- 다음 행동: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 부록: 탐색 과정, 기각한 가설, 쿼리
6.3. 발행 전 체크리스트
- ✅ 누가 읽고 무엇을 판단할 리포트인지 정했는가?
- ✅ 분석에서 얻은 결론을 맨 위에 제시했는가?
- ✅ 핵심 근거를 남기고 상세 내용은 부록으로 보냈는가?
- ✅ 한 장에 하나의 메시지만 담았는가?
- ✅ 어디까지 확인했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 밝혔는가?
- ✅ 분석에 참여하지 않은 동료가 AI 없이 3분 안에 결론을 말할 수 있는가?
마지막 질문에서 막힌다면, 전하려던 결론과 근거가 잘 연결돼 있는지 다시 볼 필요가 있겠다.
7. 마치며 — 분석을 마친 뒤에도 남는 일
AI 덕분에 분석을 넓히고 초안을 만드는 건 쉬워졌는데, 그 사이의 정리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 동료에게 무엇을 전할지 정하고, 필요한 근거를 골라 읽히는 순서로 엮는 일이다.
이때도 AI를 쓸 수 있지만, 정리되지 않은 대화를 그대로 넘기면 빠진 정리는 독자의 몫이 된다. 지난 글에서 말한 “쓰는 데 아낀 시간을 읽는 사람이 낸다”는 문제도 여기서 이어지는 것 같다.
분석은 넓게 하되, 리포트는 전달할 결론을 중심으로 좁힌다. 무엇을 뺄지 막막할 때는, 이 글을 읽은 동료가 무엇을 알게 되면 좋을지부터 물어보려고 한다.
좋은 리포트는 내가 얼마나 많이 찾았는지 보여주는 문서가 아니라, 동료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문서일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 [1부] AI 도입의 명과 암: 누구를 위한 AI인가 (지난 글)
- Knaflic, C. N. (2015). Storytelling with Data: A Data Visualization Guide for Business Professionals. Wiley. (저자의 탐색·설명 구분 글)
- Minto, B. The Pyramid Principle: Logic in Writing and Think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