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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분석은 넓게, 리포트는 좁게: AI와 함께 쓴 리포트가 읽히지 않는 이유

24새로운시작 2026. 10. 4. 18:46

🤖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 AI와 넓힌 분석을 곧바로 리포트로 옮기면 독자에게 어떤 일이 생기는가
  • 분석 결과에서 전달할 결론을 정하고, 그 결론에 필요한 근거를 고르는 과정
  • 1,000까지 넓힌 분석을 50으로 줄여 다섯 덩어리로 나누고, 상세 내용은 부록으로 보내는 법
  • 전달할 결론과 독자를 정한 뒤 AI와 리포트를 재구성하는 프롬프트와 체크리스트

1. 지난 글에서 남은 질문

지난 글에서 AI로 쓴 리포트를 AI로 읽게 되는 장면을 이야기했다. 작성자는 AI로 인코딩하고, 독자는 AI로 디코딩한다.

그때는 넓힌 것을 버리지 않는 게 문제라고 썼는데, 그럼 무엇을 기준으로 버려야 할까?

 

AI와 분석하다 보면 혼자서는 떠올리지 못했을 관점을 살펴보고, 버려질 가설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나도 매일 그렇게 일한다.

 

그런데 분석을 마쳤다고 전달할 내용까지 정리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 중 동료가 무엇을 알아야 할지 정해야 필요한 근거와 곁가지를 나눌 수 있다. 이 단계 없이 바로 “리포트로 정리해줘”라고 하면, 대화의 흐름이 글의 구조로 남기 쉽다.

 

이 글에서는 분석과 리포트 사이에 필요한 정리 과정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2. 먼저, 탐색과 설명은 다른 일이다

『Storytelling with Data』에서는 분석을 두 가지로 나눈다.

  • 탐색적 분석: 데이터를 이리저리 쪼개보며 무엇이 있는지 찾는 과정. 나를 위한 분석이다.
  • 설명적 분석: 찾아낸 것 중 전달할 가치가 있는 것을 골라 보여주는 과정. 독자를 위한 분석이다.

그리고 이런 비유를 든다. 진주 두 개를 찾으려고 굴 백 개를 열어볼 수는 있다. 하지만 독자에게는 굴 백 개가 아니라 진주 두 개만 보여줘야 한다.

 

AI와 함께라면 더 많은 굴을 열어볼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을 찾았고 어떤 진주를 보여줄지 정하지 않은 채 “이걸 리포트로 정리해줘”라고 하면, 열어본 굴까지 따라오기 쉽다. 고르는 데도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왜 그 진주를 골랐는지는 내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3. 대화형 리포트는 왜 읽기 어려운가

AI와 분석하다 보면 대화는 보통 이렇게 흘러간다.

"이 지표 좀 봐줘"
↓
"지역별로 쪼개줘"
↓
"그럼 OD(자체 배달) 가게만 따로"
↓
"아니다, 신규 입점 가게랑 비교해줘"
↓
"이걸 리포트로 정리해줘"

이 흐름을 보면 분석과 작성 사이에 한 단계가 빠져 있다. 대화 중 결론을 얻었더라도, 독자에게 어떤 순서로 설명할지는 따로 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 과정 없이 대화를 옮기면 읽는 사람은 세 군데에서 막히기 쉽다.

  1. 대화에 없던 사람은 따라가기 어렵다. "왜 갑자기 OD 가게가 나오지?", "신규 입점 가게와 비교한 이유는?" 같은 의문이 계속 생긴다.
  2. 핵심과 곁가지를 구분하기 어렵다. 결론에 필요한 근거와 확인만 하고 넘어간 내용이 나란히 놓인다.
  3. 그래서 무엇을 알게 됐는지 직접 찾아야 한다. 독자가 탐색 과정을 따라가며 결론과 근거를 다시 연결하게 된다.

4. 10 → 1,000 → 50 → 10 × 5

4.1. 무엇을 전달할지 정해야 줄일 수 있다

독자가 한 번에 소화할 정보의 양을 편의상 10이라고 해보자. AI와 분석을 넓히다 보면 그 양은 100이 되고, 과하면 1,000을 넘는다.

 

막상 줄이려 하면 무엇을 뺄지 막막해진다. 그래서 나는 독자에게 전할 결론을 정하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 결론을 설명할 근거를 고르면, 본문에 남길 내용도 좁혀진다.

확장 (분석)
  AI와 함께 질문과 가설을 탐색한다. 100이든 1,000이든 괜찮다.
↓
판단 (전달할 결론)
  분석 결과 무엇을 알게 됐고, 독자가 무엇을 알아야 할지 정한다.
↓
선별 (수렴)
  결론을 설명할 핵심 근거를 남겨 50 정도로 줄인다.
  곁가지와 상세 분석은 부록으로 보내고, 중요한 한계는 짧게 덧붙인다.
↓
구조화 (리포트)
  남은 50을 10 단위 × 5장으로 나눈다. 한 장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담는다.

4.2.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묶는 기준이다

물론 10과 50이 실제 정보 개수나 적정 페이지 수는 아니다. 분석을 줄이고 읽을 만한 크기로 나누는 과정을 숫자로 표현해본 것이다.

 

각 덩어리는 하나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묶는다. 서울 OD 가게의 주문 감소가 핵심이라면, 감소 규모와 전체 하락에 대한 기여도를 먼저 보여준다. 다른 지역을 살펴본 상세 내역은 부록에 둘 수 있다.


5. 그럼 탐색 과정은 다 버려야 할까

본문에서 뺀다고 아예 지울 필요는 없다. 어떤 가설을 확인했고 왜 기각했는지 남겨두면, 나중에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이런 기록은 부록에 두면 된다.

  • 본문: 결론과 핵심 근거, 해석에 필요한 한계는 짧게 덧붙이기
  • 부록: 탐색 과정, 기각한 가설, 상세 분석과 쿼리

결론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내용은 본문에서 읽고, 더 확인하고 싶은 사람은 부록으로 넘어가면 된다.

 

이렇게 추린 내용을 본문에 옮길 때는 어디까지 확인했는지도 밝혀두면 좋겠다. 주문이 줄었다는 것과 왜 줄었는지를 아는 건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앱 업데이트의 영향을 살펴봤다면 다음처럼 나눌 수 있다(아래는 가상 예시다).

수준 의미 예시
관찰 데이터에서 확인된 사실 서울 OD 가게 주문이 전주 대비 감소
가설 그럴듯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설명 앱 업데이트의 영향일 수 있음
검증됨 적절한 설계로 인과 효과를 확인 무작위 배정 A/B 테스트에서 업데이트의 주문 감소 효과를 확인

6. 오늘부터 할 수 있는 것

6.1. AI에게 맡기기 전에 무엇을 전할지 적어본다

AI에게 초안을 맡기기 전에, 누구에게 무엇을 전달할지 적어보면 좋겠다. 아래는 분석 결과와 기여도를 검토한 뒤 리포트를 요청하는 가상 예시다.

 

Before

지금까지 대화한 내용을 리포트로 정리해줘

 

After

[독자]
다음 조사 대상을 정해야 하는 서비스 기획자

[분석에서 얻은 결론]
서울 OD 가게 주문 감소가 이번
Net.GMV(실결제 거래액) 하락의 대부분을 설명한다.

[작성 요청]
- 검토한 분석에서 핵심 근거를 최대 3개 골라줘.
- 결론을 먼저 쓰고, 근거를 연결해서 설명해줘.
- 곁가지와 상세 분석은 부록으로 보내줘.
- 해석에 필요한 한계는 본문에 짧게 덧붙여줘.
- 관찰 / 가설 / 검증됨은 실제 확인한 수준으로 구분해줘.
- 근거가 부족하면 알려줘.

 

이렇게 무엇을 전할지 정한 뒤 초안을 맡기는 편이 다른 사람도 읽을 수 있는 멋진 리포트가 되는 첫 걸음이다.

 

결론 후보를 비교하고 근거를 고르는 데도 AI를 쓸 수 있지만, 왜 그것들을 남겼는지는 내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6.2. 리포트 뼈대

대화가 어떻게 흘러갔든, 리포트는 이런 틀로 다시 정리해볼 수 있다.

[분석 리포트]
- 독자와 목적: 누가 읽고, 어떤 판단에 쓸 것인가
- 한 줄 결론: 분석 결과 독자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 핵심 근거: 결론을 설명하는 몇 가지. 한 장, 한 메시지
- 확신의 수준과 한계: 관찰 / 가설 / 검증됨, 해석 시 주의할 점
- 다음 행동: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 부록: 탐색 과정, 기각한 가설, 쿼리

6.3. 발행 전 체크리스트

  • ✅ 누가 읽고 무엇을 판단할 리포트인지 정했는가?
  • ✅ 분석에서 얻은 결론을 맨 위에 제시했는가?
  • ✅ 핵심 근거를 남기고 상세 내용은 부록으로 보냈는가?
  • ✅ 한 장에 하나의 메시지만 담았는가?
  • ✅ 어디까지 확인했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 밝혔는가?
  • ✅ 분석에 참여하지 않은 동료가 AI 없이 3분 안에 결론을 말할 수 있는가?

마지막 질문에서 막힌다면, 전하려던 결론과 근거가 잘 연결돼 있는지 다시 볼 필요가 있겠다.


7. 마치며 — 분석을 마친 뒤에도 남는 일

AI 덕분에 분석을 넓히고 초안을 만드는 건 쉬워졌는데, 그 사이의 정리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 동료에게 무엇을 전할지 정하고, 필요한 근거를 골라 읽히는 순서로 엮는 일이다.

 

이때도 AI를 쓸 수 있지만, 정리되지 않은 대화를 그대로 넘기면 빠진 정리는 독자의 몫이 된다. 지난 글에서 말한 “쓰는 데 아낀 시간을 읽는 사람이 낸다”는 문제도 여기서 이어지는 것 같다.

 

분석은 넓게 하되, 리포트는 전달할 결론을 중심으로 좁힌다. 무엇을 뺄지 막막할 때는, 이 글을 읽은 동료가 무엇을 알게 되면 좋을지부터 물어보려고 한다.

 

좋은 리포트는 내가 얼마나 많이 찾았는지 보여주는 문서가 아니라, 동료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문서일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